예술공간 광명시작은 광명시, 광명문화재단, 이케아 광명점이 협력하여 이케아 광명점 P1층에 만든 열린 문화공간이다. 2024년 예술공간 광명시작 지역작가 초대전 part 1에서는 광명시 작가 2인을 초청해 작가의 작업 세계를 들여다 보는 개인전을 차례로 선보인다.
김진
김진(1986~)은 조형설치 미술가이다. 도자예술을 통해 일상 사물과 일상을 공유하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표현해왔다. 사람과 사물, 일상 그리고 이를 엮는 이야기가 작품의 주요 요소이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감자설화>(2023), <토끼의 숨이 멎기 전 마고가 나타났다>(2021), <이곳에 데메테르가 있다>(2019)가 있고, 주요 단체전으로는 <감각적 연대>(2022), <러브송은 멈추지 않아>(2020), <해독>(2020), <도봉구 도봉동 7-4>(2019), <HANDS+확장과 공존>(2015) 등이 있다. 2024년 이응노의 집 창작스튜디오, 2022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세라믹창작센터 등에서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영은미술관(경기도 광주)과 Guldagergaard - 국제도자센터(스퀠레스커, 덴마크)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사랑, 감자, 노동
: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집을 찾아서
오늘날 도시는 서로의 모습을 아주 빠르게 복제하고 있습니다.
이 동네도 저 동네도, 오래된 건물이 철거되면 새로운 건물이 그 자리를 빠르게 메꿉니다. 땅 위에 빼곡한 건물들, 땅 아래엔 자동차를 세워둘 넓은 주차장. 그보다 더 아래로 마치 미세혈관처럼 촘촘하게 지하철이 뻗어나갑니다.
온 도시가 철근과 콘크리트로 덮이는 날이 오면, 흙에서 자라는 감자는 어디로 떠나게 될까요?
유년 시절부터 경기도 광명에서 자란 김진 작가는 2017년, 옆 동네인 철산4동 재개발을 앞두고 곧 동네를 떠나야 하는 주민들과 우연한 만남을 갖게 되었습니다. 직접 쪄 온 감자를 나눠 먹고 뜨개질하며 대화를 나눴던 다정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 감자, 노동>(2022)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동화책에 나올 것 같은 청량한 민트 빛깔의 감자, 호박, 고구마, 옥수수, 땅콩들이 콘크리트와 합판, 금속, 아크릴로 만든 상자에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익숙한 모양의 작물들은 우리에게 뜨거운 햇볕과 바람, 빗물을 떠오르게 합니다. 작가가 만든 감자는 흙에 민트색 안료를 섞어 빚고 도자 기법으로 구웠기에 베어 물 수 없지만, 우리는 한 번쯤 감자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내 본 경험이 있기에, 푹 삶은 감자 껍질을 벗겨 후후 불어 먹어봤기에 그 포슬포슬한 맛을 문득 그리워하게 됩니다.
전시장에 흩뿌려진 흙을 따라가면 보이는 수레 모양의 작품 <감자설화 - 이동하는 전시장>(2023)은 작가가 철산4동에서 자투리땅을 찾아 직접 감자를 심고 키우며 벌어졌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수레에 담긴 책 <감자설화 - 이어쓰기>(2023)는 친구, 연인, 동료 등 작가에게 소중한 사람 5명이 연달아 쓴 가상의 설화입니다. 설화의 주인공 ‘감자싹’은 바위산을 덮은 콘크리트를 뚫고 나와 과거로, 감자밭으로, 우주로 떠납니다. 매끄럽고 깨끗하게 완성된 도시에 살며 편리함을 만끽하다가도 온종일 모래놀이를 하다 더러워진 손발을 털어냈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오래된 동네가 지도에서 지워지더라도 그곳의 기억은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 않을까요? 바람을 타고 감자싹에게 다시 찾아온 할머니의 향기처럼요.
당신이 살던 동네에서는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그다음 가사가 어떻게 이어지던가요? 감자싹이 떠난 여정의 종착지가 어디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자신이 있을 곳, 자기만의 안식처를 찾아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요.
글 황바롬(문화예술기획자, 바인드 아트랩 대표)
전시기간
2024년 9월 22일(일) ~ 9월 29일(일) ※ 휴관일 없음
관람시간
평일 오후 2시 ~ 오후 7시, 주말/공휴일 오전 10시 ~ 오후 7시
전시장소
이케아 광명점 P1층 주차구역 C5 앞 예술공간 광명시작(경기도 광명시 일직로 17)
전시 연계 프로그램 감자와 사랑 × 이케아와 사랑
<감자와 사랑 × 이케아와 사랑>은 포슬포슬한 감자를 나누어 먹으며 사랑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이다. “사랑”이 주제인 이유는 김진 작가의 전시 <사랑, 감자, 노동> 작품의 출발인 된 핵심 질문이기 때문이다. 워크숍에서 김진 작가가 어떠한 생각으로 사랑을 떠올리며 작품을 창작하게 됐는지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다. 이후 이케아의 제품 중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사물이나 가구에 대한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일시 : 2024년 9월 28일(토) 오후 2시 ~ 4시
대상 : 성인 및 청소년 8명
신청방법 : 링크 통해 온라인 접수(9월 13일(금) 링크 공개)
주최/주관 광명문화재단
참여작가 김진
큐레이터 황바롬
문의 광명문화재단 지역문화팀 02-2621-8879